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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23년 10월 17일] 정책평가연구원 원장(안종범)

[안종범의 정책진단] 나라살림 위기 극복 방안

 

우리의 나라살림은 일반 국민이 가정에서 살림 사는 것만도 못하다. 해마다 세입보다 세출이 더 커서 재정적자가 생기고 그래서 부득이 빚을 내어, 즉 국채를 발행해서 적자를 메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2017~2021) 나랏빚(국가채무)은 627조원에서 967조원으로 340조원이나 늘어났다. 역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6%에서 47%가 되었다. 빚이 한 해 소득의 절반에 이른 것이다. 이전 두 정부 국가채무비율이 3.3%p와 5.2%p 상승한 것에 비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려 11%p 상승했다.

코로나를 핑계 댈 수도 없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 이전인 2019년 재정적자(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이미 GDP 대비 2.8%에 달했기 때문이다. 적자가 이처럼 3%에 달한 건 외환위기였던 1998년 4.6%와 1999년 3.5%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6%를 제외하곤 2019년부터 이어진 적자가 유일하다(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4%). 이렇게 나라살림이 엉망이 된 것은 추경 편성과도 관계가 있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이었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려 아홉번의 추경 편성이 있었고, 그 규모는 모두 137조원에 달했다.

나라살림의 궁극적인 책임은 국회가 져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나라살림을 엉망으로 살아도 국회가 예산심의와 결산심사를 통해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살림에 관한 한 우리 국회는 더 엉망으로 살아왔다. 9월 정기국회에 정부예산안이 올라오면 우선 전체 예산이 전년 대비 증가율이 얼마인가를 놓고서 많다 적다 하면서 여야가 싸운다. 이런 싸움에는 예산사업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서 어떤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평가를 통해 효과가 예상보다 작아서 줄인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한번 시작되면 그저 얼마나 늘릴 건가만이 관심사이다. 이렇게 전년 대비 증가율에 집착하다가 정작 그다음 해 가면 여러 이유를 대고 추경을 편성한다. 그러면 전년도 예산심의 때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나를 놓고 그토록 싸운 게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곳이다. 말 그대로 특별위원회여서 소속 상임위가 있으면서 추가로 예결위원을 맡는 50명의 의원이 그 책임자다. 그런데 예결위원은 매년 번갈아가며 대부분 의원이 한번씩 맡는다. 업무과중 때문이 아니라 한번씩 자기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예결위는 9월에 전년도 결산심사를 한 뒤 12월 초까지 예산심의를 한다. 문제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나라살림보다 당시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안을 갖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결위원이 발언한 내용 중 예산 관련은 20~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해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나라살림에 대한 논의는 애당초 예결위원들의 관심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라살림 바로 살기의 출발은 ‘예결위 상임위화’라 할 수 있다. 특별위로 두고 의원들이 번갈아 하는 위원회가 아니라, 나라살림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는 의원들이 상임위원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2024년 예산심의가 걱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핵과 더불어 사라졌던 ‘공약가계부’를 부활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전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선거 때 내건 모든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을 계산한 뒤 이를 조달하는 방안과 함께 제시하는 이른바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이를 계속 관리했다.

지금의 나라살림 위기상황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각 당이 공약을 내면서 ‘공약가계부’를 발표하게 하고 이를 지키게 해야 한다.

 

2023년 10월 17일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