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3년 10월 12일] PERI 비상근연구위원 (유일호 / 재정)
[유일호의 경제산책] 세대 간 갈등은 경제문제인가?
어느 나라든 한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난제는 많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마 그중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갈등’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며칠 전 들은 강연 역시 이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연사의 해석이 독특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대 간 갈등을 예로 들면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의 세대 간 갈등의 근본요인을 압축성장의 성공에서 찾고 있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청년층 20, 30대와 중년층 40, 50대, 노년층 60대 이상의 정치사회적 견해는 확실히 다르다. 그 원인으로 흔히 교육의 차이를 들고 있지만, 압축성장이라는 경제적 변동을 그 원인으로 본 것은 탁견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의하면 현재의 60대 이상은 최빈국에서 태어나 고도성장을 거쳐 중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시절을 겪었고, 또 그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도 했다는 의식이 있다. 그에 비해 40, 50대는 대부분 절대빈곤을 벗어난 상황에서 태어났거나 학창 시절을 보냈고, 고도성장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분배개선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던 시기를 거쳤으며, 1997년 외환위기를 가족의 일원(대부분 가장이 아니라)으로 거쳤던 사람들이다. 한편 20, 30대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자유롭고 세계 어디를 가도 주눅들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현재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다른 의견, 인식이 잘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대적 변화는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60년간에 걸친 (고도) 압축성장의 결과라는 것도 쉽게 수긍이 간다 하겠다.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간에 이러한 갈등은 풀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답하게도 그 해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흔히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원칙론은 그렇게 해서 언제 해결이 나겠느냐 하는 현실론적 반박에 부닥치기 일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답답해 보이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야당의 혁신위원장이 미래를 더 많이 살게 되는 젊은 층이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지는 게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많은 반발을 산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한쪽이 다른 편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해법이 될 수 없다. 그 당시에도 현재 (납세 등)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장년 이상의 세대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바로 나왔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이미 지적한 대로 서로 간의 이해에 바탕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가는 것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흔히 지금의 젊은 세대(40대를 포함)는 그 위 세대와 달리 전 세대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들도 한다. 또 세대를 내려갈수록 더 많은 경쟁에 시달린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지금의 기성세대야말로 온갖 어려움을 참고 이만큼의 국가적 성취를 해냈는데 그에 대한 고마움은커녕 불평만 앞세운다는, 젊은 세대에 대한 불만도 있다. 양측이 다 부분적으로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이견 때문인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창조적 해법 제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대화를 위해 느리더라도 서로 간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장년 이상의 세대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울러 그렇다 해서 지금의 나은 환경에 만족하고 있으면 되니 이 사회가 따로 노력할 일은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야 국가와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구체적 방안은?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젊은 세대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2023년 10월 12일
<유일호, PERI 비상근 연구위원>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