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3년 9월 3일] PERI 비상근연구위원 (유일호 / 재정)
[유일호의 경제산책] 시장, 정부, 경제정책
경제정책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너무나 쉬워 보이는 이 질문도 막상 답하려 하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론적 답변을 하는 것은 더욱 그러한데, 경제학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이란 한마디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상적’ 시장경제는 효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후생경제학의 두 가지 근본 정리). 그럼에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근거로는 시장의 실패가 존재하는 분야가 있고, 거시경제정책 운용이 필요하기도 하며, 복지정책 등 소득 및 자산의 재분배도 요구된다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잘 발달된 시장경제에서도 경제정책을 통한 시장개입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문제는 시장개입의 불가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시장에 대한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개입은 그 역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크니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정책이라는 시장개입’은 어떤 경우에도 그에 의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반드시 같이 존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좋은 정책이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차이인 순효과가 양(+)이어야 하며, 그것이 클수록 좋은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의 양면성 때문에 그에 의해 혜택을 보는 쪽과 손해를 입는 쪽이 같이 존재한다. 이의 설명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예를 들어보자. 한미 FTA에 의해 혜택을 보는 분야와 그 종사자(예를 들어 제조업)가 있는 반면 직접적 피해를 입는 농업분야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의 비준과 아울러 농업부문에 대한 많은 지원책이 동시에 시행되었던 것이다.
어느 정책이든 이러한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의 입안, 시행에는 반대자를 포함한 여러 입장의 사람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로 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상적 경제정책도 다수결 등 정치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옳은 말이지만 이는 (표만 의식한) 과도한 정치적 논리가 합리적 경제논리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경제정책은 정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지만 이러한 점은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정책담당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정책의 긍정적, 부정적 양 측면을 숨김 없이 잘 밝히고 그 영향을 받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부각시키고 싶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지 못함은 물론 정책의 올바른 추진도 어렵게 한다.
약 6년 전 고려대학교 허태균 교수가 쓴 신문 칼럼의 제목은 ‘정책의 불완전판매는 괜찮은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을 예로 들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권 및 정책담당자 모두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만 강조하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허 교수는 이는 마치 금융상품의 장점만 부각하고 문제점은 감추는 불완전판매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옳은 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의적 불완전판매는 위법인데, 정책의 불완전판매는 책임 지는 사람조차 없는 것은 문제가 되는 일이다. 정책담당자는 정책의 여러 효과를 분명히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국민도 이러한 점을 알 권리가 있다.
2023년 9월 3일
<유일호, PERI 비상근 연구위원>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